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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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진위 논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요즘 한창 일만 하느라 바빴는데 황우석 스캔들이 터지면서 잠시 일 말고 다른 곳에 눈을 둘 기회가 생겼다.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가 문득 떠올랐다.


오후 2시, 황우석 교수가 기자 회견을 한다. 자신은 피해자라고 변명한다.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누군가가 자신을 음해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거듭 책임 회피성 발언을 한다. 하지만 발표 내용에 진실은 없다. 논점을 흐리는 발언만 되풀이한다. 자세히 들으면 분명 논문에 문제가 있었음을 시인한다. 하지만 애매한 변명으로 빗겨 나가려 한다. 기자 회견을 보다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이렇게 논문에 대해서 논란이 많이 일었기 때문에 논문의 가치가 사라졌고, 저자들과의 협의 하에 논문 취소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들렸을지 모르겠으나, 자연과학이나 공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이러한 이야기는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논문의 성과에 아무런 문제가 없고 실수로 그래프나 사진 등에 오류가 생겼다면 사후 교정을 하면 된다. 이번 취소는 명백하게 논문의 가치 자체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황우석 교수의 말은 자신의 거짓을 교묘히 피해 나가려는 변명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이미 주변에 있는 대부분의 대학원생이 황우석 교수의 진실성을 심각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오후 3시, 이번에는 노성일 이사장이 반박 기자 회견을 한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다. 모든 상황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이제 네티즌은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인지 혼란스러워 한다. 정말 영화의 한 장면 같지 않나? 많은 사람들은 이미 이번 사건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되겠다며 떠들고 있다.

이번 사건이 너무나도 황당하다.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다. 이러다가 갑자기 내 머리 위에서 커다란 스피커 소리가 들리며 "지금까지 생방송이었습니다"라고 떠드는 <트루먼 쇼>의 한 장면이 연출되거나, 이경규가 뛰쳐 나와 "지금까지 몰래카메라였습니다"라고 떠들어도 전혀 이상할 것 같지 않다.


PD수첩 보도, 지금까지 보도된 사실, 생물학 정보 연구 센터(BRIC)과학기술인연합 등에 올라온 글을 종합해 보더라도 이번 논문(2005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은 명백히 조작된 것이다. 황우석 교수가 몰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줄기세포의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2005년 논문의 핵심은 그 수다.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이사장 두 사람 가운데 한 명 이상이 대한민국을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 이제 두 사람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이미 황우석 교수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이며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황우석 교수의 한 마디가 머릿속에 맴돈다. '인위적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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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XIFE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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