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PD수첩>은 황우석 스캔들 특집으로 다룬 네 번째 시간이었다. 최근에 학교 내 게시판에서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과의 이야기도 그렇고, 이미 황우석을 (아마도 객관적 판단에 의하지 않고 음모론에 휘말려) 지지하는 사람들은 종교의 영역으로 들어섰기 때문에 이들과 과학을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얘기를 자주 해 왔었는데, 오늘 <PD수첩>을 보고서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황우석을 지지하는 사람들만이 종교의 영역에서, 성역(聖域)에서 그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황우석 교수 그 자신이 신(神)이 되고 싶었나 보다. 섬뜩했다. 사람들의 이성을 순식간에 마비시키고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는 것이, 언론과 인터넷이라는 쌍방향 매체가 발달한 현재에도 가능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놀랍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 나 자신도 객관적 인지을 하지 못하고 허황된 언론 플레이에 놀아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보니, 백두산 호랑이 복제나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 소 등과 관련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다만, 그 주체가 황우석이었다는 사실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이들 일련의 사건이 하나씩 하나씩 사람들의 시야를 흐리게 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면 그 총체적인 충격파는 나의 상상을 훨씬 초월할 것이다.
정말 그는 참된 과학자가 되고 싶었던 것일까? 아무리 봐도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서 아무런 고뇌도 읽을 수 없다. 어쩌면 그가 '진정한 연기자'이거나 '그릇된 야심을 품은 정치가' 혹은 '신흥 종교의 지도자'이기 때문인 것은 아닐까?
P.S.
명절 때마다 정치가들이나 언론인들 접대를 해 왔으며, 그것을 대학원생들이 순서를 정해 가며 도와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그가 연구실에서 어떤 사람인지, 그 단편을 짐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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