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반노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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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 연구실 생일 파티가 있었어. 이번 달 생일은 동국이 혼자. 생일 파티면 빠지지 않는 <벤처의 꿈>에서 술을 마시고 나왔지. 사람들이 술을 별로 안 마셔. 연구실 사람들이 술집에 들어가니까 세 테이블을 가득 채웠는데, 우리 테이블에서 거진 다 마신 것 같아. 역시 벤처의 꿈 그러면 서비스 안주지. 사람들이 일부러 계란말이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니까? 밤 11시. 연구실에서 술을 좋아하던 우현이 형이나 재웅이, 상호가 졸업한 후에는 연구실에서의 술자리가 2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그래서 보통 2차로는 술자리보다는 다른 곳으로 가게 되는데, 오늘은 당구장파와 노래방파로 갈렸어. 기섭이와 재섭이는 서로 뭔가 벼르는 게 있다는 듯이 당구장으로 발걸음을 재촉고.

나는 노래방으로 고고! 그러고 보니 연구실 사람들이랑 함께 노래방을 간 건 1년도 훨씬 더 된 것 같네. 오늘의 타겟은 고은노래방이냐, 쟁반노래방이냐. 고은노래방은 압도적인 서비스로, 쟁반노래방은 시설로 승부를 거는 업체들인데, 사실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은 선택이기도 하고. 예상대로 사람들이 다들 의견이 분분하네. 고은노래방은 주인 아줌마가 밤새 계속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한 서비스"로 유명하지. 주인 아줌마와 손님들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으로 유명한 고은노래방! (실제로 4년 쯤 전 자정을 즈음 입장해서 아침 6시까지 노래를 부른 적도 있을 정도니까.) 또 하나의 맞수는 2년 전엔가 생긴 쟁반노래방! 당시는 신동엽과 이효리가 "쟁반~노래방!" 이러면서 진행하던 프로그램이 인기 정상이었던 때였고, 동네마다 쟁반노래방이 없는 곳이 없을 정도였는데. 지금이야 "친구야!" "처음 뵙겠습니다" 이러는 프로그램으로 바뀌었지만. 하하. 어쨌거나, 하울링이 생기지 않는 멋진 음향 시설, 40인치는 훌쩍 넘어 보이는, 사람들의 시선을 압도하는 프로젝션 TV, 게다가 천장에 달려 있는 쟁반까지! 멋진 시설즐 자랑하는 쟁반노래방! 결국 사람들은 쟁반노래방으로 발길을 돌렸어. 이유는? 쟁반노래방도 최소한 두 세 시간 정도는 서비스로 주는 곳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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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노래방에 가면, 많이 부르고는 싶은데 요즘은 목을 자주 안 쓰니까 조금만 불러도 목이 쉽게 잠겨버려. 그래서 조용히 몇 곡만 부르고 가만히 있거든. 하지만, 오른쪽 위 사진에 보이는 상권. 상권이는 노래방에서 본전 뽑고 간다. 마이크를 놓는 적이 거의 없으니까. 음···. 상권이 가창력이 빼어나냐고 누가 나에게 묻는다면? 노 코멘트. (질보다 양? ㅋㅋ) 사진 왼쪽 중단의 현빈과 규동. 현빈이는 장난꾸러기야. 오른쪽 중단 사진만 봐도···. 소화기는 불 끄라고 있는 건데 말이지. 규동이는···. 참 특이했지. 1년 동안 회사 생활을 하고 오더니 아저씨 취향의 곡만 선곡하더라구. 첨에 부른 곡이 현철 아저씨 곡이었던가? 하하. 그래도 회사 가면 틀림없이 윗사람들한테 사랑받을 거야. 맨 아래에 보이는 두 사람. 용주랑 상환이. 두 사람은 조금 수줍어하고, 말수도 적은 편이고. 암튼 어떤 면에선 비슷해 보이는 캐릭터인데, 그래도 두 사람, 이번 노래방에서 히트쳤지. 용주는 예나 지금이나 양보다 질이야. 조용히 있다가 보통 사람들은 소화하기 힘든 고음 영역의 곡을 골라서는 한번에 기죽여 버리거든. 상환이는 이번에 멋진 곡을 사람들에게 선보였지. 이지라이프(EZ-LIFE)의 "너 말고 니 언니". 어찌어찌하다 옛날 여자친구의 언니랑 잘된다는 내용의 곡인데, 마지막 부분의 가사도 충격적이고 말이지. 울 이쁜이는 그 노래 가사 얘기해 줬더니 엄청 유치하다면서 그러던데, 암튼 그날 연구실 사람들한테는 제대로 먹혔지. 아마 우리 연구실 사람들이 유치해서 그런가 봐. 암튼 간만에 노래방 갔다 오니까 기분 좋더라.


P.S. 1
혹시나 해서 구글이랑 네이버에서 '고은노래방'을 검색해 봤더니 사진이 몇 장 나왔어. 생각보다 많더라구. 근데, 다들 사람들 얼굴이 정면에 나오는 이미지라서 못 올렸어. 난 간판이 나오는 이미지를 원했는데···. 근데 고은노래방으로 검색하면 항상 쟁반노래방이 따라 붙더라고. 다들 이 근처 사람들이란 얘기지. 웃기지 않아? ㅋㅋ


P.S. 2
오늘 블로그에 쓴 내 글, 말투가 조금 다르지 않아? 보통은 "~다"로 끝나는 딱딱한 문체인데 말이지. 그게 왜 그렇게 된 거냐면, 블로그에 글을 쓰는데 갑자기 울 이쁜이가 메신저에 로그인한 거야~ 그 직전에 쓴 몇 문장은 "~다"로 끝맺었는데, 메신저랑 병행하다 보니 그 다음 문장은 나도 모르게 구어체로 바뀌고, 그러다 보니 아예 다 바꾸게 된 거야. 아마 다음 번에 올리는 글은 또 딱딱한 문어체가 될 거야. 나 보통 글 쓸 땐 이모티콘도 거의 안 쓰잖아.


P.S. 3
연구실 사람들이랑 얘기하다 보니까, 서울에 있는 수(秀) 노래방이라는 곳이 유명하다네? 럭셔리 노래방이라는데. 암튼 충남대 앞에 수 노래방 분점이 생겼다는 얘기가 들리네. 연구실 사람들이 멀리 걸어 가는 걸 싫어하는 게 단점이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구경할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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