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가격 인하 전쟁, 드디어 연쇄 반응 시작인가?

rss
수입차 가격 인하 전쟁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게 우리 나라 자동차는 왜 이렇게 비싸냐는 거다. 똑같은 차량이라도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격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지나치게 차이가 난다, 폭리 아니냐, 이런 이야기이다. 사실 그런 면이라면 나도 불만이 있다. 그렇지만 미국은 전 세계를 통틀어 자동차 가격이 (비단 자동차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장 싼 나라다. 게다가 우리 나라에는 자동차에 온갖 세금이 붙는다는 점도 차량 가격이 더욱 차이나도록 만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걸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국내 브랜드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차량보다 수입 브랜드가 국내에서 훨씬 더 큰 이른바 “폭리”를 취해 오고 있다는 것이 보인다. 물론, 보통 사람들은 손에 넣기 힘든 비싼 차량이기에 어쩌면 관심 밖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게 보통 사람들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수입 차량 가격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동일한 차량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을 취하며 큰 마진을 남겨 왔고, 그런 고가 정책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망도 제대로 구축되지 않고 더욱이 부품 역시 큰 마진을 남기다 보니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지난 해 말 SK 네트웍스에서 공식 공급원이 아닌 일종의 그레이 임포터 즉 비공식 공급원으로 수입차 시장에 뛰어들어 차량 가격을 대폭 낮추어 공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 독일차 수입사들이 온갖 방법으로 방해 공작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만으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했는지, 결국 차량 가격을 대폭 인하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나온 것으로는 “벤츠發‘가격인하 도미노’ 올까”라는 기사가 있다. 이 기사를 보면, 2억 660만원에 달하던 메르세데스 벤츠 S500 모델에서 일부 옵션을 빼고 그 대신 3,000만원 정도 가격 인하한 모델을 발표할 것이라고 나와 있다. 물론, 이 기사를 단순히 받아들이기만 해서는 곤란한 점이, 차량 가격 인하와 함께 옵션으로 소위 장난을 칠 수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할 필요는 있다. 그렇지만 기존처럼 무조건 풀 옵션으로 때우는 것보다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사양의 폭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이러한 기사가 나오고 나자 오늘 또 다른 기사가 하나 떴다. 바로, “수입차 가격 인하 경쟁 또 불붙어”라는 기사이다. SK 네트웍스가 추가로 가격을 인하했다는 소식이다. 아마도 기존 수입차 공급원들은 여기에 발맞추어 추가로 가격을 인하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기들은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가격을 낮출 여력이 생겨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솔직히 말해 가격 인하 여력이 있어도 독점 공급하는 상황이었다면 가격 인하가 생길 리 없지 않은가. 결국은 경쟁이 이러한 가격 인하를 유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진 출처: 매일경제 신문




국산차 가격에 대한 영향

이러한 수입차 가격 인하가 국산차 가격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물론, 지금 수입차 공급원과 SK 네트웍스가 속된 말도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제품군은 최고가 수입 차량이다. 따라서 지금 당장은 국산차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최고가 차량의 가격이 인하되면 그 아래 가격대에 포진한 수입차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하고, 그러면 덩달아 아랫급 차량의 가격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연쇄 작용이 결국은 국산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 실제로 지금 이 시점에서도 현대자동차의 그랜저(TG)와 일본 혼다자동차의 2008년 형 어코드의 경우 가격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다. 어떻게 그랜저와 어코드가 동급이냐, 어코드는 쏘나타와 동급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모델 체인지되어 나온 어코드의 경우 실내외 크기를 대폭 늘여 그랜저와 비슷한 체급을 갖추게 되었고, 파워 트레인은 오히려 앞서는 결과를 보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랜저의 대체 상품으로 고려할 상황인 것이다.

물론 가격 인하가 그렇게 손쉽게 이루어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는다. 국내 자동차 회사의 경우 시장이 큰 북미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적은 마진에도 불구하고 판매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인데, 돈줄이 되어 주던 국내 시장까지 손쉽게 물러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에도 서로 지나친 출혈은 자제하자고 모종의 합의(혹은 담합)가 이루어질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지금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직은 수입 자동차 가격 인하에 대한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는 점이고, 머지 않은 미래에는 국산 자동차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아닐까? 그 기간 동안 국산 브랜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져서 외국 자동차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도록 열심히 해 주길 바란다.


Posted by EXIFEED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