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충돌 테스트에 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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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게시글: 보배드림 특종자료실 20986번 게시물 (작성자: 송충이)


항상 우리나라차에 관한 충돌테스트 사진이 올라올때마다 이런 글들이 올라오더군요. '우리나라차는 휴지조각이다' '우리나라차 이렇게 위험해서 어떻게 타냐' '이 차는 별 5개 받았다는데 왜 이러냐' 등등..

이럴 때 전 나이는 어리지만 솔직히 굉장히 답답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리플을 다 달아도 전혀 소용이 없더군요. 그래서 이렇게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가장 많이 혼동하시는게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Frontal crash test)'와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Offset frontal crash test)'인데요,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Frontal crash test)'는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테스트 방식입니다. 콘크리트 같은 높은 고정벽에다가 차체 정면의 전체를 충돌시키는 것으로, 대부분 충돌속도는 시속 56km입니다. 이런 테스트는 美NHTSA, 우리나라의 건교부, 일본의 NASVA 등에서 행하는 가장 일반적인거죠. 가장 일반적이고 오래 전부터 있었기 때문에(50년 전에도 있었죠;) 현재는 거의 모든 차들이 기본적으로 좋은 점수를 내는 테스트고요(안전벨트와 에어백의 발달이 가장 큰 덕을 한것 같네요)



이렇게 충돌시키는 것입니다(사진의 차는 BMW3시리즈로, 실제로 충돌시킨건 아니고 그냥 세워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는 정면의 40%만을 알루미늄(차대차 충돌과 비슷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라는군요) 고정벽 등에 충돌시키는 것입니다. 이 테스트는 80년대 말~90년대 초 사이에 실험적으로 행해지다가 90년대 중반부터 미국의 IIHS와 유럽의 유로엔캡에서 본격적으로 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테스트는 실제 교통사고 사례 중에서도 가장 많은 유형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두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서 서로 정면충돌하기 전에 운전자들이 사고를 피하고자 스티어링 휠을 꺾지만 결국 피하지 못해 정면의 일부를 부딪히게 되는 경우가 그냥 그대로 박는것보다 훨씬 많거든요. 하지만 똑같은 운동에너지가 있는데 충돌면은 40%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차체손상이 '훨씬' 심합니다. 사망률도 더 높고요. 그래서 이 테스트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충돌테스트 조건 중 하나입니다. (사실 전 '일반적인 정면충돌테스트'가 지금도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이젠 그 테스트에선 거의 모든 차들이 별4개 이상은 받거든요. 그리고 이젠 오프셋 충돌테스트도 많은 차들이 만점을 받기 시작한지 조금 됐습니다. 아직 우리나라차는 없지만..;)



그림으론 이렇게 되죠.

그리고 충돌테스트 사진만으로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와 '오프셋 정면충돌테스트'를 구분할 수가 있습니다. 시보레 코발트로 예를 들겠습니다. 먼저, NHTSA에서의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 사진입니다.

그리고 IIHS에서의 오프셋 정면충돌테스트 사진입니다.


잘 보시면, 고정벽의 형태가 다릅니다.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는 높은 콘크리트 벽이지만,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는 일반 승용차 본넷과 비슷한 높이의 알루미늄 판을 쌓은 형태의 고정벽입니다. 그리고 충돌테스트 기관에 따라서도 사진의 특징이 많이 다릅니다. NHTSA는 전체적으로 사진이 어둡지만, IIHS의 사진은 차체의 일부만을 보여주며 조명시스템이 더 좋아서 사진이 밝고 알아보기 쉽습니다. IIHS와 같이 오프셋 충돌테스트를 하는 유로엔캡의 사진은 조금 어두운 편이긴 하지만, NHTSA같이 차체 전부를 보여주는 편이고 사진이 더 큽니다(안 큰것도 있고요).

벤츠 E클래스의 사진으로 예를 들겠습니다.

1. NHTSA의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사진(이 사이트는 사진 질이 안좋은게 많아요;)

2. IIHS의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 사진

3. 유로엔캡의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 사진

이제 구별할수 있으시겠죠? ^^;


지금까진 배경지식(?) 설명이었고 이제부터 본론입니다.

가장 오해가 많은 것 중 하나가 카니발 2인데요, 그건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와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에 대한 오해 때문입니다.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에선 차체손상이 훨씬 크며, 두 테스트 각각을 만족시키는 방법도 좀 다른 듯 합니다.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는 충격흡수가 우선이며(즉, 차가 많이 부숴지면 유리하다는거죠),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에선 생존공간 확보(즉, 차체강성이죠)가 우선입니다. 그리고 오프셋 테스트를 만족시키는게 더 어려운 기술 같아 보이기도 하고요(이건 제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렇다고 단정할순 없습니다. 하지만 오프셋 테스트를 만족시키는 차는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를 만족시키는 차보단 훨씬 적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국산차들은 주로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를 중점으로 설계되어왔습니다. 그게 사람들한테 덜 생소하기도 하고, 별 개수로 점수가 나오기 때문에 일반인이 이해하기 더 쉽기도 하며(유로엔캡도 별 개수로 나오지만 IIHS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프셋 충돌테스트보단 덜 엄격하니까요. 사실 기술 부족이기도 하죠. 그래서 지금까지의 국산차들은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에선 뛰어난 결과를 보였지만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에선 많이 약했죠. 카니발2도 그 예입니다. 카니발 2는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에선 별5개 만점이었지만 IIHS의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에선 'Acceptable'로 2등급이었죠. 유로엔캡은 생존공간 확보를 더 많이 중시해서 별 2개 반이었고요(유로엔캡이 사실 가장 점수를 짜게 줍니다ㅡ_ㅡ). 구형 EF쏘나타도 그 예였죠.

하지만 요즘의 국산차들은 변하고 있습니다.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에서도 강해지고 있거든요.

가장 먼저 그런 모습을 보여줬던 차는 1세대 현대 싼타페로, IIHS의 소형 SUV부문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에서 '최초로' Good등급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그런 차들이 많지만 2001년 당시엔 싼타페가 최초였습니다.

그 다음으론 현대 그랜저 XG가 그런 모습을 보여줬죠. 이 차도 IIHS의 중형차부문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에서 Good등급을 받았습니다(XG의 테스트가 실시됐던 2002년 당시엔 Good등급을 받은 차들이 꽤 많이 등장해서 XG가 1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축에 속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차들이 최고점수여서 순위에서 많이 밀려났지만요..TG가 빨리 테스트되면 달라지리라 믿습니다).

현대 클릭도 유로엔캡에서 별4개 등급을 받았습니다(유로엔캡에서 별4개 정도면 괜찮은 수준입니다. 대부분의 유럽차들이 별4개 정도이고, 가장 최근에 나온 차들이 별5개 만점이 많습니다. 클릭은 2002년에 나왔는데, 그 당시엔 소형차에선 별4개가 가장 높은 점수에 속했죠)

기아 오피러스도 Good등급을 받았고요. 페이스리프트된 뉴 아반떼 XD도 Good등급을 받았습니다. (아쉽게도 대우차는 매그너스와 라세티의 Acceptable이 가장 높은 등급입니다.) 아직 최고점수 등급인 'Best Pick'을 받은 국산차는 없지만, IIHS에 있는 한국차 충돌테스트 자료는 모두 나온지 오래된 모델이기 때문에 지금은 많이 다르리라 믿습니다.

많은 분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면 글이 더 길어져야 할것 같지만 아무래도 힘들군요. 영어를 못하지는 않으시다면 직접 여러 충돌테스트 기관 사이트로 가셔서 많이 보고 직접 배우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美IIHS http://www.iihs.org/
美NHTSA http://www.nhtsa.dot.gov/
美NHTSA가 개편되어서 충돌테스트 결과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nhtsa.dot.gov/ncap/index.cfm
유럽의 유로NCAP http://www.euroncap.com/index.php
일본의 NASVA (이건 영어 홈페이지입니다.) http://www.nasva.go.jp/mamoru/english/index.html
일본의 NASVA (이건 일어 홈페이지고요. 전 일어를 못하기 땜에;;) http://www.nasva.go.jp/

제가 이 글을 쓴건, 맨 처음에도 언급했듯이 답답해서였습니다. 우리나라차는 무조건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한테 뿌리박혀있거든요. 그리고 그런 생각은 잘못된 이해로 인해 생긴거고요. 많은 분들께서 충돌테스트나 자동차 안전에 관해 관심을 가지시고, 외국의 사이트들에서 여러 정보를 얻고 배우시면 그런 생각이 바뀌실겁니다. 우리나라에도 자동차안전과 충돌테스트에 관해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지만, 전혀 찾아볼수 없다는게 너무나도 아쉬울 따름입니다.

아, 그리고 충돌테스트에 관한 사진을 올리실땐 꼭 자세한 설명도 덧붙여주시면 안될까요? 사진의 출처나 그 충돌테스트 조건이나 자세한 결과 등.. 그런게 없으면 오해하기 쉬운게 충돌테스트 사진입니다.

마지막으로 IIHS의 오프셋 정면충돌 테스트에서 Good등급을 받은 차들의 사진입니다.

현대 싼타페


현대 그랜저 XG


현대 뉴 아반떼 XD


기아 오피러스



그리고 이건 보너스로 유로NCAP에서의 클릭^^;(별 5개 만점에 4개입니다)




<전에 올렸던거에서 보충>
  1. 유로엔캡에선 오프셋 정면충돌테스트를 그냥 'Front impact test'라고 부르는데요, 그래서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하고 혼동하기 쉽지 않을까 싶네요^^;
  2. 근데 '일반적인 정면충돌 테스트'라는 말은 제가 이해를 돕기 위해 쓴 말이고요, 그냥 '정면충돌 테스트'라고 합니다. 오프셋 테스트는 따로 오프셋 테스트라고 부르고요.
  3. 노블레스오블리지님 리플 봤습니다..^^ 전 우리나라차 안전성이 이젠 미국차 수준 이상은 된다고 생각하지만요, 요즘 나오는 최신 미국차들은 정말 무시못합니다; 포드 파이브헌드레드가 IIHS에서 대형세단 부문 1위를 차지했으니까요. 미국차들이 위기에 처해서 그런지 정말 많이 발전했더라고요; Ford F150도 구형은 poor였지만 신형은 best pick까지 들고.. 뭐 결론은 각 차종마다 다 알아봐야 한다는거죠ㅡ_ㅡ;;
  4. 사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됐던 계기가 얼마 전 올라왔던 쏘나타 오프셋 테스트 사진 자료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차들은 다 최신형 모델인데 일부러 구형 모델인 EF쏘나타만 별다른 설명없이 그 중에 포함시킨 자료더라고요.. 당연히 깎아내리는 자료죠; 충돌테스트 사진으론 EF인지 NF인지 알수 없으니까요...; 이렇게 일부러 우리나라를 깎아내릴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나라가 외국차와 아직은 좀 차이가 나는건 사실이지만 그렇게 일부러 깎아내리면 안된다고 전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옹호해야 한다는것도 아닙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객관적인 자료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5. 앞으로 이런 종류의 글을 몇 번 더 올릴 생각입니다. 일단은 EF쏘나타가 나왔을 당시의 차들의 오프셋 테스트 자료를 종합해서, 그 당시엔 EF쏘나타가 보통 수준은 되었단걸 보여드릴 생각이고요, 그리고 각 충돌테스트 기관별로 설명하는 글도 올리고 싶네요^^; 그 다음엔 정면충돌테스트와 오프셋 충돌테스트만이 아닌 다른 충돌테스트(예를 들면 측면충돌테스트나 Pole impact test, 헤드레스트 테스트 등등..)에 대한 자료도 올릴 생각입니다.


이렇게 몇 번 글을 올려서 이 곳에서 좀 더 객관적이고 한쪽에만 치우치지 않은 보배드림 이용자 분들을 더 많이 보게 되는 것이 저의 그 다음 목표입니다.
제법(?) 긴 글 보시느라고 눈 아프진 않으셨을런지..^^;;
Posted by EXIFE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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