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야, 사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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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에서 언론 보도를 읽다가, "이재용 삼성 전무, 축구장서 VIP석 해프닝 (기사 원문: 머니투데이)"이라는 기사를 발견하게 되었다.

기사 내용도 간단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대전시티즌과 수원삼성블루윙스의 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 수원삼성은 VIP석 배정을 요구했고, 대전시티즌에서는 단장이나 사장이 아니라서 거절했다, 그런데 삼성이 다시 강력히 요구해 VIP석을 배정해 주었다"는 내용이다.

자아, 여기까지만 보면 "오, 대전시티즌, 소신 있네!" 혹은 "수원삼성 뭐냐, 이건희 아들이라고 설설 기냐?" 아니면 "와아, 재벌 총수 아들은 좋구나, 사장이 아니라 전무인데도 전례없이 VIP석에 앉을 수 있다니!" 뭐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뭐 특별한 일도 아니다. 이런 해프닝이나 의견은 워낙 많은 기사에서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그 아래, 이건 도대체 뭐지? 기자가 "사족(蛇足)"으로 덧붙인 말이 내 눈에 확 띈다. "삼성 그룹의 다른 사장단의 경우 스피드게이트가 자동으로 열리지만 이재용 전무는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신분증을 갖다 대고 들어가는 소탈한 성격"이란다.

내가 이 기사에서 도대체 무얼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 전무가 사장단에 속한단 얘기인가?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상식이랑은 다른데, 기자의 상식은 내 상식이랑 좀 다른 건가? 아니면, 재벌 총수 아들은 전무 정도만 돼도 사장단으로 승격한다는 건가? 아님, 신분증 갖다 대고 들어가면 소탈한 건가? 나도 출근할 때 신분증 갖다 대고 들어가는데, 나는 정말 소탈하구나, 뭐 이런 걸 깨달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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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경제 관련지 기자라고는 해도, 이런 건 너무하지 않나 싶다. 이런 게 단순히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통념인 것인지, 재벌 총수 아들 정도 되면 저런 특혜 정도는 당연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재벌 총수 아들이 소탈하니까 호감을 가지라는 건지. 그냥 인터넷 찌라시에서 이렇게 떠드는 거라면 모르겠는데, 그래도 어느 정도 규모 있는 신문사 기자라면 최소한 기사 올리기 전에 한번 정도는 더 생각하고 올려 줬으면 좋겠다. 설마 명색이 기자인 분이 '아직도 우리 나라 사람들은 개념이 덜 돼 먹었고 도덕 관념도 없으니까 재벌 총수 아들이면 대충 그러려니 하고 봐 줄 거야'라고 생각한 상태에서 기사를 쓴 건 아니겠지? 아닐 거야, 암.

Posted by EXIFE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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