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댓글의 공개 혹은 폐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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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blog). 원래 '웹(web)에서 작성하는 일지(log)'라는 의미의 웹로그(weblog)에서 유래한 말이다. 일반적으로 블로그에는 자신이 일상에서 겪었던 일, 자신이 생각하는 바, 관심사, 혹은 흥미로운 이야기 등을 기록한다.

요즘 사람들이 웹 2.0에 대해 많이 떠드는데, 블로그는 그 대표적인 예에 해당한다. 이러한 웹 2.0은 특별한 기술을 일컫는 용어로 보는 것보다는, 자신의 웹사이트가 홀로 동떨어진 정보 보관 장소가 아니라 이웃한 사이트와 서로 연결되어 컨텐츠를 생산하고 분배하며, 또 공유하고 재사용하는 일종의 플랫폼이 되도록 하는 관념상의 변화를 일컫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기존에는 소비자(consumer)로 머물러야 했던 네티즌은 프로슈머(prosumer)가 되어 활동함으로써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블로그 역시 이러한 웹 2.0의 특징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자신이 생산한 컨텐츠를 다른 사람이 읽고 댓글이나 트랙백 등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덧붙일 수 있다. 자신의 글이 널리 퍼질 수 있도록 하는 메타블로그 사이트도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호 작용을 통해 자신이 가진 생각이나 정보를 널리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태도를 함께 공유함으로써 정보를 재생산하고 확대해 나가는 일이 더욱 촉진될 수 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 완벽하게 이상적으로 동작하는 모델은 없다. 블로그 역시 사람이 운영하고 사람이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라 의미 없는 댓글이나 광고, 악플에 상처를 받는 경우도 생기고, 자신의 의견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과 싸움이 나기도 한다. 또 (블로그라고 부르기에 조금 미흡한 면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 유사 블로그라고 해야 할까?)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처럼 자신의 일상을 제한된 사람들에게만 공개하고 싶은 경우도 있다.

그래서 각 블로그나 사이트에서는 댓글이나 트랙백을 지정된 사람만 남길 수 있도록 제한하는 기능을 일반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아래 이미지는 티스토리(www.tistory.com)에서 제공하는 덧글 제한 기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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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블로그를 관리하지 못하고 중원(?)을 떠나 야인 생활을 하다가 다시 블로그의 세계로 돌아와서인지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분위기를 느끼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블로그에서 댓글을 제한하는 경우이다.

아래에 있는 이미지가 그 가운데 한 가지 예이다. 이글루스(www.egloos.com)에 있는 한 블로그인데, 이글루스에 로그인하기 전에는 댓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러고 그냥 넘어갈 수 있었으면 차라리 다행일 텐데, 왼쪽에 있는 사이드바에는 최근에 남긴 댓글 목록이 주우욱 뜨는 거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이글루스 아이디로 들어가 봤더니 댓글이 주루룩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좀 과장해서 표현하면 글 하나에 달린 댓글이 내 블로그 전체에 달린 댓글 수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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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그러한 사용자의 선택이 올바르냐 그르냐에 대해서 논하고 싶지는 않다.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이유가 있어 그런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글루스의 선택이다. 문제시되는 것은 댓글을 남기지 못하는 것은 물론 아예 읽지도 못하게 막아 둔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함으로써 이글루스가 좀더 폐쇄적인 공간으로 거듭나는 데에는 성공적일 지도 모른다. 댓글을 읽거나 쓰려면 먼저 이글루스 회원이어야 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남기고자 하는 네티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러한 제약 조건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남는 장사일지도 모르겠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폐쇄적인 환경은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의사 소통 방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다. 일례로, 네이버(www.naver.com)의 통합 검색 서비스가 다른 서비스의 정보는 긁어 모으고 네이버 내에서 생성된 정보는 외부로 전파되는 것을 원천 봉쇄하는 바람에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을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정보의 블랙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테두리 내에서 사람들을 가지고 놀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적으로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한 정책에 반발하는 사람도 있고, 또 내부에서 생성된 정보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최근 네이버가 뉴스를 의도적으로 필터링하는 것은 아니냐, 여론 조사를 조작하는 것은 아니냐, 외부의 압력에 너무 쉽게 굴하여 네티즌이 활발하게 의견을 내세울 수 있는 공간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아니냐, 이런 문제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 그 근간은 이처럼 폐쇄적인 운영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자, 이제 다시 블로그 얘기로 돌아가 보자면, 블로그를 비롯한 웹 2.0 시대의 중요한 키워드는 ‘개방’이다. 이러한 개념 및 접근 방식을 통해 개개의 영향력은 크지 않지만 대신 다수의 사용자가 생성해 낸 이른바 롱 테일(long tail)에 해당하는 정보가 생성·수집되는 것이고, 이를 통해 더욱 솔직하고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기반이 다져진다.

만약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자신의 블로그에 댓글을 남기려면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는 분이라면 모든 이가 댓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설정을 변경해 주었으면 한다. 이는 블로그를 비롯한 최근의 참여형 웹 시스템이 단순히 자신의 의견을 소소하게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일 뿐 아니라, 강력한 힘을 가진 소수의 권력자들에게 다수가 맞서 자신의 의견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며 허울 뿐인 권위를 무너뜨릴 수 있는 무기이기 때문이다.

Posted by EXIFE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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