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에게 더욱 가혹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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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0일 화요일 – 아가사랑세탁기 도착

지난 8월 10일, 주문한 아가사랑세탁기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두 분이서 세탁기를 운반해 오셨는데 다들 친절하게 잘해 주셨습니다. 세탁기에 연결할 호스의 길이가 짧아 보이자 다시 운송 차량으로 돌아가 차량 구석구석을 뒤진 후 냉수를 연결할 3m짜리 호스도 찾아 주셨습니다.

그러다 제품을 살펴 보니, 세탁기의 속뚜껑에 문제가 있더군요. 겉부분은 멀쩡한데 속뚜껑 다리 하나가 부러진 겁니다. 그분들께서도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데 아주 특이한 경우라며 일단 설치만 해 두고 속뚜껑은 차후 교환해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3m짜리 호스가 지금은 냉수용 밖에 없으니 3m짜리 온수용 호스도 함께 가져다 주시겠다고 했습니다.

해가 저물 무렵이었지만 여전히 날이 더워 땀을 뻘뻘 흘리시는데도 친절하게 잘해 주셔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2010년 8월 14일 토요일 – 삼성전자 고객서비스센터

토요일 오후 12시 24분. 아마도 삼성전자 고객서비스센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여성분이 전화를 주셨네요. 경기도 지역번호였습니다. 세탁기는 무사히 잘 도착했냐는 안내 전화였습니다. 저는 세탁기는 잘 도착했고 다만 제품에 하자가 있어 속뚜껑만 교환하기로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가능하면 빨리 속뚜껑이 오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함께 했습니다. 채 2분이 되지 않은 짧은 통화였습니다.


2010년 8월 16일 월요일 – 삼성전자입니다

오전 10시 28분. 모르는 휴대폰 번호가 떴습니다. 발신자 표시는 “삼성전자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아가사랑세탁기 때문에 전화를 준 것이었습니다. 토요일에 통화를 했는데 월요일에 바로 연락이 온 걸 보니 의외로 일이 빨리 진행된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생각은 순간. 통화가 시작된 순간 제 기대는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어떤 남성분이었습니다.

“지난 번에 제품을 운반해 주신 분들이 실수를 하신 것 같은데···.” 이렇게 시작하더군요. 순간적으로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지난 번에 배송해 주신 분들이 얼마나 친절하게 잘해 주셨는지, 제가 직접 겪었으니까요. 질문 자체가 지난 번에 배송해 주신 기사분들께 책임을 전가하려는 수작으로 보이더군요.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따졌습니다. 속뚜껑은 언제 오는 거냐고 물었더니 ‘제품을 주문하는 것과 부품을 조달하는 일은 절차가 달라서 시간이 다르게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속뚜껑은 2~3주 정도 걸려야 받을 수 있다’, 이런 소리를 하더군요. 제가 다시 따졌습니다. ‘새로 제품을 주문해서 받는 데 1주일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부품 하나 조달하는데 2~3주라니 말이 되느냐, 그러면 차라리 제품 환불하고 새로 주문하는 게 나은 거 아니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러자 그쪽에서는 ‘현재 부품 담당자가 출근하지 않은 상황이다, 곧 올 예정이니 그때 다시 알려 주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오전 10시 41분.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내일이면 배송 가능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3주 걸린다던 일이 어떻게 불과 10분 사이에 내일이면 배송 가능한 내용이 되는지. 고객을 우롱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성을 더 높일 수도 있었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이야기를 했습니다. “지난 번에 배송을 담당한 기사분들에게는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제품 자체에 하자가 있었던 점이 불만이지 기사분들께는 아무런 불만이 없습니다.” 이렇게 다시 한번 확인을 했습니다.


2010년 8월 17일 화요일 – 속뚜껑 배송

화요일에 예비군 향방작계 훈련이 있었습니다.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습니다. 저와 같은 팀에 계신 분께서 전화를 주셨습니다. 오늘 저녁 팀 회식이 있으니 시간이 되면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종일 땀에 젖은 상황이라 샤워만 하고 나가기로 했습니다. 집에서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는데 속뚜껑이 배송된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처음에 세탁기 배송을 담당해 주셨던 기사분이었습니다. 기다리겠다는 대답을 하고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받아 달라고 전했습니다.

회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세탁기가 잘 동작하나 하고 아내에게 물어 봤더니 제품을 교환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속뚜껑을 교환하려면 제품의 겉뚜껑이 있는 윗부분을 완전히 분해해야 한다는군요. 그리고 속뚜껑이 들어 있는 부분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너무나 내구성이 약해 한번 분해하고 조립하면 제품에 손상이 갈 수 있어 교환을 부탁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이야기를 전해 주더군요.

기사분께서 집으로 들어오시면서 “센터를 통하지 말고 직접 전화해 주시지 그러셨어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아내 역시 저와 마찬가지 생각이었나 봅니다. 제품 교환을 부탁하고 나서 기사분께 말씀을 여쭈었다고 합니다. 혹시 제품 교환 때문에 기사님께 불이익이 가지는 않는가 하구요. 그랬더니 기사분께서 이미 그런 부분에서 일이 있었다는 뉘앙스의 말씀을 남겼다고 합니다.

우려했던 일이 일어난 거죠. 친절하게 잘해 주신 기사분께서 피해를 입으신 겁니다. 제품 자체에 하자가 있었음에도 그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튄 겁니다.


2010년 8월 18일 수요일 – 메신저

메신저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들려 주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도 배송과 설치를 삼성전자에서 자체적으로 완결하지 않고 외주를 주면서 생긴 문제라는 얘기를 들려 주더군요. 배송해 주시는 기사분 입장에서는 더럽고 아니꼬와도 불공평한 처우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입장인 겁니다. 그분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2010년 8월 21일 토요일 – 제품 교체

토요일 오전 11시 45분. 제품을 교환해 주러 기사분들이 도착했습니다. 다만, 처음에 제품을 가지고 오신 분들은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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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XIFE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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