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성 함께 쓰기? 영웅재중 vs. 김신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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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작성하고 나니 조금 자극적이다. <부모 성 함께 쓰기? 영웅재중 vs. 김신명숙>이라는 제목만 보면 마치 두 사람을 대립시키고 싸움을 부추기기 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

하지만 이 글은 이러한 대립 구도를 만들기 위해 작성하는 글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마초와도 같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편을 들거나 페미니스트를 공격하기 위해 작성하는 글도 아니다. 사실 나는 그러한 부분에 대해 충분한 성찰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다시 말하자면, <호주제에서 기인한 심각한 문제점이 많이 있음을 시인하며 양성 평등의 입장에서 여성의 권리가 남성의 권리와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점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부모 성 함께 쓰기가 부계 중심의 사회에서 비롯한 호주제 문제 등을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으로서 적합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부모 성 함께 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다음과 같다. 아이의 이름을 지을 때, 부모의 성씨를 모두 쓰되, 앞에 붙는 성씨는 부계 쪽 성씨를 따르고 뒤에 붙는 성씨는 모계 쪽 성씨를 따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버지의 이름이 "철수", 어머니의 이름이 "영희"라면 아이의 이름은 "ㅇㅇ"와 같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생길 것이다. '아버지의 이름이 "김이ㅇㅇ"이고 어머니의 이름이 "박최ㅇㅇ"라면 아이의 이름은 어떻게 되는가'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아이의 이름은 "김이박최ㅇㅇ"와 같이 되어야 하냐, 그렇다면 "김이박최ㅇㅇ"라는 남자와 "정강조윤ㅇㅇ"라는 여자가 만나 결혼하면 아이 이름은 "김이박최정강조윤ㅇㅇ"이냐, 그럼 성씨는 계속 늘어나야 하느냐, 이런 질문도 가능하다. 또, 아버지의 이름이 "김이박최ㅇㅇ"이고 어머니의 이름이 "정강김이ㅇㅇ"와 같이 중복되는 성씨가 나타나면 어떻게 하느냐와 같은 의문도 들 수 있다.

이때, "부모 성 함께 쓰기"에서 주장하는 바는 아버지 "김이ㅇㅇ"에서는 부계쪽 성씨인 "김"을 따 오고 어머니 "박최ㅇㅇ"에서는 모계쪽 성씨인 "최"를 따 와서 "김최ㅇㅇ"와 같이 지으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성씨가 무한히 길어지거나 하는 문제에 대한 답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아버지 "김이ㅇㅇ"에서의 모계쪽 성씨 "이"는 어디로 사라졌으며 어머니 "박최ㅇㅇ"의 부계쪽 성씨 "박"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과연 저렇게 양쪽에서 성씨를 각각 하나씩 따 온다고 해서 그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내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의 절반은 아버지에게서, 절반은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고, 아버지가 가진 유전자의 절반은 할아버지에게서, 절반은 할머니에게서 온 것이다. 어머니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절반은 외할아버지로부터, 절반은 외할머니로부터 온 것이다.

우리가 간혹 사용하는 말 중에 "혈통을 잇는다"는 표현이 있다. 아마도 부계의 혈통을 잇는다는 의미에서 온 것이리라. 이런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결국 부계의 성씨만 따른다면 자신의 "진정한" 혈통 가운데에서 절반은 버린다는 의미이며(모계의 혈통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는 부모 성 함께 쓰기를 해도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이러한 경우에도 우리는 항상 "절반"의 혈통만 기억하게 된다.


말이 이상하게 길어졌지만, 내 말의 요지는 이거다.
"결국 성씨 따위는 불필요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부모 성 함께 쓰기 대신 진정한 해결책을 이야기하라면 <성씨를 사용하지 않는 세상>을 말하고 싶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실현 가능성은 거의 0이지만.) 아니면 아예 자기가 성씨를 갖다 붙이는 건 어떨까? "영웅"재중처럼. 그리고 "희열"다나처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얼떨결에 포스트에 등장하게 된 <영웅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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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XIFE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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