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 반석동] 밥하기 싫은 날 후루룩손칼국수

rss
예전부터 지나면서 항상 궁금하던 가게가 하나 있었습니다. <후루룩손칼국수>. 가게 이름만 딱 봐도 이곳은 칼국수 가게입니다. 그런데 언제 지나도 항상 가게 안에는 사람이 북적북적합니다. 점심 시간이나 저녁 시간이면 아예 가게 밖으로까지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 인근이기는 하지만 대로를 끼고 있어 사람들 눈에 쉽게 띄는 곳도 아니고, 옆에 있는 아파트 단지만을 바라보기에는 위치도 상권도 애매합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이곳을 지날 때면 ‘아니, 저기는 얼마나 맛있는 곳이길래 사람들이 줄을 서서까지 기다린단 말야?’ 이런 생각이 절로 들게 마련이죠. 한번은 호기심으로라도 들어갈만한 그런 곳입니다. 그런데도 참 이상하게 여기에서 식사를 할 일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죠. 이 가게 근처를 지나칠 일이 생겼는데 가게가 확장 이전을 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는 겁니다. 멀리 떨어진 건 아니고 예전 가게 옆으로 자그마한 개울이 하나 흐르는데 그 개울만 건너면 바로 보이는 곳입니다. 고개만 살짝 돌려도 보이는 위치였죠. 그리고 확장 이전이 있은지 며칠 되지 않아 드디어 이곳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후루룩손칼국수로 들어가는 길입니다. 건물 앞에 빌라 한 채가 들어설 공간이 더 있는데 이곳을 온전히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더군요. 10여 대 정도 차를 댈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인데 주차할 공간이 더 없을 정도로 차들이 꽉 들어서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건물 전체를 음식점으로 이용하나 싶었는데 좀더 살펴 보니 1층만 음식점으로 쓰고 있더군요.


<밥하기 싫은 날 후루룩손칼국수>


가게 입구엔 예전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수동 물펌프가 놓여 있습니다.


음식점에 들어서면 제법 널찍한 공간에 깔끔한 실내가 눈에 들어옵니다. 가격은 옛날손칼국수 6,000원, 육개장칼국수 8,000원, 두부두루치기 14,000원, 낙지볶음 19,000원, 해물파전 12,000원, 보쌈수육 28,000원, 사리 추가 2,000원 등입니다. 그리고 막걸리 한 주전자는 6,000원, 잔술 1,000원이네요. 사진에는 나와 있지 않은데 워낙 대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기다리는 사람들이 앉을 수 있도록 기다란 붙박이 의자가 실내에 마련돼 있습니다.

실내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차 있었습니다. 마침 딱 한 자리가 남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는데 저녁 식사 시간이라 그런지 저희가 앉고 10분도 되지 않아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들더군요. 실내는 천장이 높고 면적이 넓은데 사람들이 많아 왁자지껄한 분위기입니다. 다행히 테이블 간 간격이 지나치게 좁거나 하지는 않아서 이웃 테이블과 크게 부대끼거나 하지는 않아 좋더군요.


음식점 구석구석에는 이렇게 재치있는 문구가 사람들을 즐겁게 합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무라는군요.




물은 이렇게 황동주전자에 담아서 줍니다. 얼핏 보면 물인지 막걸리인지 알 수 없도록 말이죠. ^ ^


기본 밑반찬으로 김치 겉절이와 묵무침을 내 줍니다. 묵무침은 그 양이 제법 되는데다 리필도 가능합니다.


저희가 주문한 메뉴는 낙지볶음과 손칼국수입니다.


드디어 낙지볶음이 나왔습니다. 낙지볶음 사리는 시중에서 대량 생산·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 이곳에서 직접 만든 손칼국수입니다. 쫄깃쫄깃한 면발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변의 반찬 그릇들과 비교해 보면 낙지볶음이 양이 제법 푸짐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접시 뒤에 보이는 노란 장난감 자동차는 길이가 25cm 정도 되니까 접시 지름은 대략 50cm 정도 될 것 같네요.


역시나 낙지볶음은 맵습니다. 매운 음식에 약한 저로서는 힘겨워하면서도 계속해서 먹게 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음식입니다. 둔산동에 있는 <칼국수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 매운 맛이 접시 바닥에 잔뜩 깔려 있는 마늘에서 오는 것이라면, 후두룩손칼국수의 낙지볶음은 청양고추에서 오는 매운 맛입니다. 매운 강도로만 따지자면 칼국수를 만드는 사람들이 더 맵고 자극적인 느낌입니다. <칼국수를 만드는 사람들>에서 낙지볶음을 먹고 나면 다음 날 항상 배가 아파 고생을 했는데, 이곳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두 음식점은 사람에 따라 선호가 갈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저는 이곳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녀석이 바로 매운 맛의 주인공.


뒤이어 나온 손칼국수. 커다란 그릇에 한가득 담겨 나옵니다.


손칼국수도 그 양이 제법 됩니다. 성인 여성 세 명이 낙지볶음 하나에 칼국수 두 개를 시켜서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낙지볶음에 비해 손칼국수는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음식점 안에는 “저희 집 대표 음식은 낙지볶음입니다”라고 써 붙여 놓았습니다. 그리고 낙지볶음에 정신이 팔려 칼국수를 소홀히 하면 어느 새 퉁퉁 불어서 퍼진 면발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지나치게 오래 눈길을 멀리 했다 싶으면 차라리 면발을 건져 낙지볶음 양념에 비벼 먹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가게를 나서는데 돌절구에 떠 있는 작은 꽃잎이 눈에 띄네요.






참고
[대전광역시 서구 둔산동] 칼국수를 만드는 사람들

Posted by EXIFEED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