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lue Day Book –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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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적에는 세상이 나를 위해서 돌아가는 것 같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고, 이 세상은 내가 없으면 사라질 것만 같았다. 아니, 나만을 위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세상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한 살, 두 살 먹어 가면서 깨닫게 되는 것은 과연 이 세상에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깨닫는다. 세상을 살아 가는 일이 그렇게 만만하거나 쉽지만은 않다. 사춘기에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 내가 세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만큼 크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즐거운 일보다 우울하거나 슬픈 일이 많은 날이 점점 늘어난다. 나이가 들면 주름살만 느는 것이 아니라 근심과 고민이 함께 늘어난다.

한참을 인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한 기회에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서점에서 서성이다 무심결에 손이 가 버렸다. 제목에서 오는 느낌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The Blue Day Book –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그리고는 웃어버렸다. 책장을 넘기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짤막한 문장 위에 실린 동물들의 우스꽝스런 사진 때문에. 어떨 땐 저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내 모습이 아닌가 하는 마음에 묘한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잠시 미소를 머금기에는 충분한 책이었다.


The Blue Day Book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바다출판사


이 책을 읽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들지 않는다. 단지 10분이면 충분하다. 커다란 사진이 가운데 짤막한 한 줄만이 실려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책이 남기는 여운은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우울한 날이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람들은 매번 그러한 경험을 하고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여전히 그 굴레와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런 고민은 자기 혼자만이 겪으며 혼자만 그런 근심을 떠안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런 자기만의 근심은 어릴 적 우리들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어렸을 땐 우리 모두 세상이 자기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자기가 온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으니까. 다르게 말하자면, 과거에도 했던 일을 방식만 바꾸어 지금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이 들려 주는 '이야기'–'교훈'이라는 낱말을 고민하다가 이 책에는 너무 무거운 단어가 될 것 같아 바꾸었다–는 그런 거다. "누구나 고민을 안고 산다. 그건 하물며 우리가 하찮거나 열등하게 여기던 저 동물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너도 고민을 한다. 그런데 멀리서 보면 네가 하는 고민이나 내가 하는 고민이나 사실은 별 것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한번 웃어 보자."

아마도 이 책에서 우리의 고민을 해결해 줄 열쇠를 찾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씩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메일 때, 책장을 넘기며 위안을 삼을 수는 있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슬프고 우울한 날은 있는 법이니까.

Posted by EXIFE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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