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 업체는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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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한 보안 업체

<PC그린>의 공격

지난 9월 네이버(http://www.naver.com/)를 운영하는 NHN에서 <PC그린>이라는 무료 백신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나섰다가 관련 보안 업체들의 강한 반발로 무산된 사건이 있었다. NHN에서는 바이러스·웜·스파이웨어 등을 검사·치료·차단·감시하는 백신 프로그램으로 100% 무료인 <PC그린>을 선보이고 9월에는 클로즈드 베타테스트를, 10월에는 오픈 베타테스트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여기에서 안철수 연구소 등 기존 업체가 긴장한 것은 <PC그린>이 단순히 기존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에서 제공하던 툴바 수준에서의 보안 기능을 넘어 실시간 감시 기능까지 제공한다는 데 있었다. 그렇게 되면 사용자들은 굳이 돈을 들여 V3 등의 백신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네이버의 <PC그린>은 외국산 안티바이러스 엔진을 쓰기 때문에 그 성능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국산 안티바이러스 제품에 비해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PC그린>에서 채택한 안티바이러스 엔진은 러시아의 카스퍼스키(Kaspersky)로, 항상 최상위권에 랭크되는 고성능 엔진이다.


어쨌거나 이처럼 NHN이 온라인 백신 시장에 진출하면 안철수 연구소 등 기존 보안 업계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으며 심지어 보안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모조리 문을 닫게 될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팽배했다.

이런 논란 속에 결국 지난 10월 11일, 바이러스 및 악성 코드 탐지 및 치료는 카스퍼스키(Kaspersky)를 이용하지만 논란이 되었던 실시간 감시 기능은 사실상 무료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선으로 사태가 마무리되었다.


<알약>의 공격

그런데 이번에는(10월 29일) 알집, 알씨 등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ESTsoft)에서 <알약>이라는 통합 백신 프로그램을 내놓기로 했다. <알약>은 실시간 감시 및 검사 기능에 자동 업데이트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보안 업계가 또다시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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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이스트소프트의 알툴즈 제품군을 보면 개인 사용자는 무료로, PC방, 공공·교육 기관 및 기업에서는 라이센스 비용을 지불하고 제품을 사용하도록 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알약의 경우에도 그와 동일한 가격 정책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베타테스터를 모집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용자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PC그린 사태와 양상이 조금 다르다. NHN에서 무료 백신을 제공할 때에는 온라인의 공룡인 네이버가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하여 영세한 보안 업체들을 고사시키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온라인 보안 제품 공개로 네이버가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미미하지만 관련 업계는 시장 자체를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이번 <알약> 제품 출시로 이스트소프트는 보안 시장에도 진출하게 되었다. 비록 일반 사용자를 겨냥한 시장이 기업용 보안 시장에 비해 작다고 하더라도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인지도를 높임으로써 얻을 수 있는 부수적인 효과가 결코 적지는 않을 것이다. 보안 업계는 또 다른 위협에 부딪치게 된 것이다.



지속되는 위협

기존 보안 업계에는 이번이 첫 번째 위협은 아니다. 그리고 그 위협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질 것이다.

예전에는 컴퓨터에 바이러스라는 게 있는 줄도 모르고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때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사용자들도 그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컴퓨터 보안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다. 당시 보안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온갖 위협에 직면하게 되었다. 일단 관련 업체들 사이에서의 경쟁도 경쟁이지만 더 큰 문제는 보안에 관련된 기능이 점차 운영체제(OS)나 인터넷 포털의 기본 서비스가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윈도우즈 XP(Windows XP)의 경우에만 해도 방화벽이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다. 예전에는 전혀 없던 기능이다. 그리고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모질라 파이어폭스 등에서는 의도하지 않는 ActiveX 등의 프로그램이 설치되지 않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규모나 기술력이 되지 못하면 결국 군소 보안 업체들은 존폐의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번 <PC그린>이나 <알약> 사태는 그러한 큰 흐름에 있어서 작은 물줄기의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Posted by EXIFEE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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