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대구로 가는 KTX 안에서.
솔직히 말해 빠르다는 것 말고는 장점을 찾지 못하는 KTX를 탈 때마다 기분이 묘하다. '저 녀석을 내가 또 타는구나.' 앉으면 옆 사람과 팔과 팔이 맞닿아 자세를 바꾸기도 힘든 좁은 객실. 새마을호에도 LCD 모니터가 달려 있는데, KTX에는 생뚱맞은 위치에 볼록한 배를 내민 CRT 모니터. 이거야 원 자세를 취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분명 등받이 각도는 조절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막상 앉아 보면 이게 세운 건지 그렇지 않으면 더 세운 건지 알 수 없는 좌석. 짧은 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장점이 아니라면 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KTX. 그 이름까지도 마음에 들지 않는 KTX.
그렇지만 11월 5일의 여행은 즐거웠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과 함께 했으니까.